*2019.03.29
아릿하게 눈이 부신 조명들. 여러 빛깔들이 선명하게 눈에 새겨진다. 저가 여기에 오게 된 이유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제 다리가 시키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여러 인사들을 받아내고, 마주 돌려줄 뿐이었다. 마음이 공허해져간다. 아니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이었나. 오늘따라, 홀로 뜬 달이 커다랗다. 정처 없이 떠도는 생각들이 마냥 무의식하다.
제 눈을 완벽히 가리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얼굴을 못 알아보게 하는 정도의 용도는 가능한 검은색의 깃털로 이루어진 가면을 손끝으로 매만진다. 부드럽지만 인위적인 감촉이 느껴진다. 그 감촉이 생각보다 맘에 들어 잠시 동안 손을 떼지 못하지만, 이내 손을 을 뗴고 홀의 구석을 계속해서 떠돌아다닌다. 얼핏 보이는 사람들의 인영이 시간에 맞추어 흘러간다. 그렇게 흐르고 흘러 시간이 늦어진다. 아니 지금이 몇 시던가. 그것조차 체감할 수 없다. 그저 제 손에 들린 가늘고 긴 잔에 담긴 오묘한 푸른색의 액체를, 계속해서 입술 내로 흘려보낼 뿐이다. 제 내부로 흘러들어오는 그 액체는 뭉근함을 품고 지독할 정도로 달달함을 내비친다.
가볍게 제 몸에 걸친 검은색의 뻣뻣한 드레스가 지금 따라 둥실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기의 흐름도, 중력의 흐름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처럼.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전하게 차분한 이성은 누군가와 말을 섞음이 그리 좋지 않다 이른다. 제정신이 아니다. 평소보다 둥글어져있다. 마치 짙은 구름과 하늘의 경계처럼 모호해진 제 경계선이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밝은 중앙을 눈에 기울이다 보면, 이런 분위기 속 혼자는 지독히도 고독감이 체감된다. 누군가가 제 팔을 잡아 부드럽게 당기는 듯하다. 바람의 흐름이 바뀌어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의 위치는 정 가운데라고도 할 수 있는 테이블의 코앞이었다. 그에 자동적으로 테이블을 양손으로 짚으며, 고갤 숙인다. 따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짓궂게도 부드럽다. 코 끝을 찡그리니 달디 단 향기가 진동한다. 아마 앞에 색색깔의 디저트들이 가득하니 그러한 듯하다. 그래서 앞에 놓인 작은 마카롱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이로 베어 무는데, 그 순간 잠시 들려진 눈동자에 네가 비친다. 사실 잠시 굳어있는 눈동자였지만 내면으로는 상당히 놀란듯하다. 잇자국만 남은 마카롱을 입술에서 살짝 떼어 내리며 그저 눈을 깜박인다.
" 너도 먹으려고? "
생각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한 때에는 제 손에 아직 쥐어진 마카롱의 감촉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헛소리가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분명 인사를 나누었던 것 같은 상대인데,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분명 알고 있는데 마치, 안개로 흐려진 듯이 알듯 말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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