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31 / 2019.03.28
아직 어둡지는 않은 배경. 의자에 앉아 고갤 젖히니, 머리카락에서 투명하다못해, 제 머리색이 비치는 물방울들이 뚝, 뚝ㅡ, 떨어져 내린다. 말린다고 말린 것이었으나, 드라이기를 사용하지 않은 자연 건조로서는 무리였나보다. 얼굴에 물길이 생기는 것이 싫어 젖힌 상태로 한 껏 머리카락들을 뒤로 넘긴다. 평소 같았으면 제 볼을 다시 간지럽힐 머리카락이었으나, 물기를 머금어, 더욱더 무거워져, 손길 그대로 모습을 유지한다. 가늘게 나타나는 호박빛 눈동자가 유난히 짙다. 훤히 드러난 목젖이 움찔, 올라갔다가 내려간다. 갈증이 일었다.
ㅡ
말이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그저 숨으로 흐트러진다. 상당히 지친듯한 짙은 눈동자가, 기울어져 너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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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 마시고, 내쉰다. 가장 기본적인 호흡 방법이었다. 제 내부로 흘러들어오는 공기마저, 안개를 머금은 듯 신비로운 듯해, 잠시 시야가 뭉그러진다. 빛무리들이 서서히 흐리게 칠해져 주변으로 희미하게 사라진다. 마치, 약이라도 먹은 듯 몸이 무거워진다. 그에 자동적으로 상체가 벽으로 기울어진다. 내뱉어진 숨소리는 속삭이 듯이 귓가에서 바스러진다. 잔잔한 음악소리도,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도 그저 잡음으로서 사라져간다. 정말 자신이 이곳에 존재한다는 의미도 희미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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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닫혀가는 시야,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잔잔해진다. 흐트러진 머릿결이 마냥 축축하다. 길게 내려앉은 옅은 붉은빛의 백색 머리카락들이 코 끝을 간지럽히는데 이 몽환적인 공간 속에서 감각은 서서히 둔해져간다. 손끝이, 움찔거린다. 그러나 그러다가 갑작스레 예민해진 후각에 코 끝을 찡그린다. 그리고는 무거운 눈꺼풀이 서서히 들리는데, 호박빛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투명하리만치, 멍한 정신에 취해있음에도, 네 모습 그대로를 비추는 눈동자는 비정상적으로 진득이 굴러가는데 구름 속 기분이 내려앉는 듯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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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늘게 휘는 눈동자. 마냥 보랗게만 보이는 시야 속에서 너를 찾아낸다. 그렇게 널 찾아낸 동공은 둥글어져, 흐려진다. 살짝 벌려진 입술은 점점 더 벌어저 숨소리를 포함한 목소리를 흘려보낸다. 낮지만 가는 목소리가 잔잔한 웃음을 머금는다. 흘러나오는 말들은 마냥 곱다. 달디 달게, 말투는 마치 호감형처럼.
" 오늘은 참 달이 아름답죠. 둥근 달빛 아래, 그대는 무얼 하고 있었나요? "
목을 죄어오는 단추를 여러, 한 두개 정도 풀어내리며, 살며시 희미하게 휘어지는 입술, 숙여진 고개 아래, 가는 머리카락 사이로 곱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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